빨개진 양볼 어루만지며 빨강노랑 치맛자락 붓 들고 눈물 흘린다 서리꽃 만발한 산과 들녘 까치나 멥새도 얼굴 파묻고 오돌 거리고 쓰디쓴 한약 같아 찡그리지만 한겨울 북어 될까 봐 하늘에서 억지로 꽂아주는 주사바늘이다
서커스 하듯 돌다리 건넜던 강물 비단 자락 흔들며 재잘대던 물방울 널브러진 보석 알 진열대 옆에 은빛 밀가루 밟으며 씨름하다 갈하고 사이다 마시듯 들이키던 시냇물이었다 폐 속까지 사탕 빠는 공기 산속이 부럽지 않았고 도깨비 등불 흔드는 반딧불 구름아래 작은 하늘이었고 밤하늘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모래알 뿌린 은하수 바다이었다 주저앉아 코고는 물웅덩이 늪이 되는데 우산 펼치는 투기꾼 어깨싸움 피 말리고 강둑 강바닥 치마 자락 뒤덮어 손짓하는 코스모스 메마른 산자락 물 찾아 백리 길 여우꼬리 흔들고 하늘 찌르고 울타리 치는 인해전술 갈대숲 가시 엮는 오랑캐 떼거지 잡풀들 가슴 밀쳐도 농약과 중금속 악취까지 태워 불 밝히는 발전소 물고기와 물오리 풀벌레 태마파크 된 강줄기 따라 스마트 폰 손에 든 발걸음 한두 시간 잠깐이고 아련해지는 옛이야기는 보석상자 되는 만경강이다.
목구멍 갈증 날 땐 머리카락 보일라 숨바꼭질하였고 마당 쓸고 텐트 치고 상 차려도 바람난 구름조각 기러기 되었고 열 받은 태양 온종일 홍시 되었다 낙엽 지는 서리꽃 만발할 가을 벌 움켜쥐다 만삭되어 양수 터졌나 설 늙은 빗줄기 지칠 줄 모르고 해 뜨고 지는 줄 모른다 뙤약볕 한여름 공들인 콩밭 물조리 흔들어 젖은 머리 마를 날 없고 꽃단장 못하고 물먹는 해탈이다 물 만난 곰팡이 잔칫상 차리고 장화신은 하객들 꼬리를 무는데 눈물 닦으랴 거울 보지 못하고 밤길 떠나는 새색시 우산도 없다
[완주신문]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부러워하며 돈을 더 많이 벌려고 애쓰는 것이다. 후진국들은 선진국을 흠모하며 따라잡으려고 온갖 힘을 다하는 것이고 문화나 유행은 금 새 모방을 하거나 흉내를 내는 것이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고 세상을 주름잡는 나라 못사는 나라 사람들의 로망인 부국 미국이지만 나는 한국처럼 안전하고 편하고 아름다운 나라는 못 된다고 생각한다. 밤중에 술에 취해 어두운 골목 비틀거려도 걱정 없는 치안이고 고속버스나 전철이나 고속열차가 우리나라처럼 편리하고 깨끗하고 소매치기 없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도시고 농어촌이고 부자나 가난한자 모두가 단돈 일 이천 원에 하루 종일 물리치료를 누리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미국에서는 꿈도 못 꾸는 의료혜택을 우리는 부담 없이 누리는 것이다. 세상을 강타한 코로나로 쑥대밭이 되었고 날마다 지속되는 대형 산불로 세계 대전을 방불케 하는 재산과 인명 피해를 내고 있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토네이도로 천문학적인 피해까지 내고 있지만 엄청난 부국이라 감당할 수는 있겠지만 끊임없이 일어나는 총기사고와 인종폭력과 약탈을 생각해보면 부자와 풍요가 사람들의 삶의 목표이지만 행복의 조건은 아닌 것 같
초정밀 센서와 시한폭탄까지 장착 된 5세대 사나이 79세 차갑게 느껴지나 싶으면 감으로만 콧속에 물기인가 싶고 억제할 틈 없이 천둥치는 재채기 폭탄이다 경보음 발령 직전 코 한 번 세게 풀면 상황 끝이지만 화장실 묵살하는 새벽 묵상 땐 어김없는 센서가 가룟 유다 따로 없다 옆 식탁의 벌레 씹는 젊은이 불타는 눈빛 쏘아대는 미사일이지만 연이은 다연 발 재채기 폭탄에 자리를 박차며 소리 지른다 에그 코로나 텅 빈 고속버스 안 번호표 좌석을 고집하던 승객 천둥치는 재채기 한 방에 벌떡 일어나 피난 길 찾기 바쁘다 반세기 고개를 두 개씩이나 넘으려고 리모델링 하는 낡은 장막 잠들지 못하는 먼지와 소음이다 울음보 터트려야 신생아 첫 거름이고 굳은 땅 헤치는 번데기 등 터트려야 내일은 훨훨 꽃밭의 나비다
1950년대 6.25 전후 천수답이 대부분인 농어촌은 거듭 되는 흉년으로 쌀 한 톨은 금싸라기와도 같았다. 먹을 것이 바닥이 난 사람들은 죽을 것 같은 배 고품에 들로 산으로 먹을 만한 풀뿌리를 찾아서 헤매었고 꽃잎이 떨어지지도 않은 꼿꼿한 벼이삭을 안개처럼 몰려오는 참새 떼가 빨아먹으면 그 이삭은 수확을 못하는 쭉정이가 되어 말라버리니 누가 시키기도 전에 나는 새 떼를 쫒으려고 장대를 들고 논으로 달려가야 했었다. 그런 나의 발걸음은 호랑이를 피해야하는 강아지 처지가 되어야했다. 논 입구 집에 사는 서너 살 위인 친구가 어김없이 나타나 '야 임 마 새 쫒으러 왔어'라고 말을 거는 친구는 골리앗 같았고 바들거리는 이스라엘 졸개가 되는 나였다. 줄 행낭 치고 싶었지만 배 고품은 죽음과 같았기에 참아야했었다. 초등학교 일학년 땐 나를 쫒아 다니며 내 이름을 불러 대는 친구가 보기 싫어 학교를 그만 둘까 수없이 고민을 했었다. 2학기 때 입학을 하여서 친구들과 하나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3학년 때 한 친구의 어머니가 찾아왔고 나는 아버지를 모셔 와야 했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별로 힘들게 한 일이 생각나지 않았지만 그 친구는 나로 인하여 부담을 받
[완주신문]나는 젊어서부터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도 무난하기 때문이고 칠십이 가까워지면서부터는 청바지를 입으니 젊어 보인다는 그 말이 좋아서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려운 80년 대 한 친구의 부인은 십여 년 가까이 청바지 하나 가지고 일할 때나 외출할 때를 가리지 않고 그 바지가 그 바지이지로 모임이나 식장에 갈 때는 세탁을 하면 되었다. 보기가 딱하여 000씨 이제는 집도 마련했으니 예쁜 옷도 사 입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청바지는 질기고 튼튼하여 오래 입어도 헤어지거나 때를 타지 않으며 몸을 보호하는 데 뛰어난 목화 재질로 미국 광부들의 전용물이 되었고 광부들을 위하여 특별히 만든 제품인지는 모르지만 세기를 넘나들며 남녀노소들의 사랑이 시들 줄 모른다. 80년대 이전 못살던 시절엔 부잣집 사람들은 언제나 새 옷으로 멋을 부렸지만 보통 사람들은 낡아 구멍이라고 생기면 기워 입었고 양모의 고급 재질은 어느 한 부분이 찢어지거나 구멍이라도 생기면 다른 부위의 실을 뽑아 한 올 한 올 짜깁기를 하여 눈가림을 했었지만 세탁을 모르는 너덜거리는 누더기 옷은 구걸하는 자들의 표상이었다. 부국의 상징인 미국의 걸인 히피족이 매
[완주신문]오래전에 휴지조각 하나 없는 깨끗한 복도에 내 앞으로 걸어 나오는 옆집 학생이 칵 하고 가래침을 목도에 내뱉는데 나도 모르게 ‘야 임마’하고 호통을 치고 보니 그 학생 쳐다보기가 민망했다. 내 얼굴에다 가래침을 내뱉는 것 같아 엉겹결에 나온 말이다. 조용히 타일렀거나 못 본채 했을 걸 하는 후회와 함께 계면쩍어지는 아침이 되고 말았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목구멍을 헤집는 담배 냄새가 숨이 막힌다. 버스승강장을 향하는데 중년의 남성이 담배 연기로 산뜻한 아침공기를 희석시킨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못다 마신 커피 잔과 삼분의 일도 못 태운 담배 꽁치와 휴지조각과 얼룩무늬 침 자국은 한 폭의 모자이크 그림이 되는 승강장이다. 모임 때마다 어김없이 집 앞에 차를 대는 회원의 전화를 받고, 고맙다며 나가보면 어김없이 담배를 물고 있다. 차문을 열면 굴뚝 냄새가 숨이 막히고 십여분 거리의 중간에도 불을 붙이고 도착하기가 무섭게 담배를 또 입에 물어도 성의를 무시할 수도 없어 고민도 함께 동승이 되는 셈이다. 80년대 영등포 한 예식장 로비에서 제비 같은 미모의 젊은 여인이 구름 밟듯 걸어와 내 앞 의자에 앉더니 핸드백을 열며 스스럼없이 담배를 꺼내더니
[완주신문]한 시간쯤 걸어가면 재미삼아 기르는 텃밭이 있고 그 옆에 우사가 있는데 우사 입구에 목줄에 매여 있는 털복숭아 삽사리 3마리가 우리만 나타나면 목줄이 끊어지게 날뛰며 반긴다. 우리 집사람이 가끔씩 별미를 가져다주는데 먹이를 향하여 그렇게도 발버둥 거리던 개 한 마리는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거들떠보지도 않아서 왜 그러느냐고 물어 보니 새끼란다. 어미가 그릇을 다 비우기까지 꼴깍 꼴깍 침을 삼키며 다 먹기를 기다려 준다는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새끼를 낳은 어미들은 새끼를 위하여 지 목숨을 돌보지 않고 온갖 정성을 다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천적에까지도 맞서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꼬리를 흔들며 알랑 방구를 떨며 살살거리던 애견도 새끼만 낳아 어미만 되면 이빨을 드러내며 하극상을 일삼지만 일단 성체가 되면 새끼와 어미의 관계는 강 건너 불구경이 되고 안면을 바꾸어 살벌한 경쟁의 대상이 되는 게 야생이다. 사람들의 세계에서도 흔하지 않는 이야기다.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주위로부터 보고 배운 것도 없는 삽사리를 보면서 사람이라면 천성의 성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부모님 공경은 뒷전이지만 자녀라면 쌍불을 켜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