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후원하기

[기고]교육공간 재구성과 확장이 미래교육

[완주신문]구령대가 있는 운동장, 직사각형의 단순한 벽돌 건물, 일렬로 다녀야 하는 비좁은 복도와 사각형 교실을 두고 학교가 병영과 같다는 말이 나온지 꽤 오래되었다. 명찰을 수인번호로, 학교를 감옥으로 간주하는 비유도 있었다.

 

최근 〈차이나는 클라스〉〈세바시〉등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교건축과 교육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좋은 학교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좋은 건축이 무엇일까?’라는 질문과 같다는 서울대 건축학과 김광현교수의 말이나 ‘학교는 세금으로 만드는 공공건축물이기에 건축주로서 시민의 역할“을 당부하는 건축가의 제언도 이어졌다. 

 

이런 영향이었던 듯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취임사에서 ‘학교가 창의적인 학습공간이 되도록 미래형 교실모델을 구축하고 아이들에게 쉼이 있는 공간과 창의적 생각이 열리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수천억 원의 학교공간혁신사업 예산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신축학교의 설계가 달라지고 있고 실내외에 전시터, 공연터가 재구성되고 있으며 메이커스페이스, 뉴스페이스, 아지트, 별별공간 등 공간이라는 이름이 학교와 교육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2. ’공간이 교육을 묻다‘참조)

 

만시지탄이지만 이러한 학교공간의 재구성을 적극 환영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을 발산 할 대상-그것이 사람이건 사회이건-을 필요로 한다. 배움에 대한 욕망도 사람, 사회, 사건, 사물을 통해 동기화되고 발산되며 구현된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의 배움의 공간인 학교는 학생들의 욕망을 수렴하기에 너무나 낡고 답답한 모습이었다. 오죽하면 이미 오래전부터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교육한다’라는 유행어가 있었을까?

 

이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시대는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공간혁신사업이 단순히 낡은 교사를 뜯어고치고 페인트를 새로 칠하는 환경개선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실로 다가온 미래에 맞는 학교공간은 반드시 학생들의 쉼과 놀이, 학습에서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공간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자기주도적인 생각을 구상하고 실현할 아지트 공간, 그 안에서 인간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만남과 관계의 광장,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담아내는 공간이면서 그 공간에 맞는 교육과정의 재구성이라는 개념으로 변화시켜야한다.

 

건물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다. 건물과 담장 사이에 있는 공간, 즉 주차장과 운동장이라는 공간도 재구성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차원이면서 학생들의 쉼과 놀이와 창의성을 키우는 공간으로의 재구성에서 건물 외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주차장과 운동장의 지하화를 고려할 때가 되었다. 교통안전, 소음 제거, 공기질의 개선과 더불어 학습공간으로서의 쉼, 놀이, 상상력이 발현되는 변화를 말한다.

 

다음은 교육공간의 확장이다. 배움은 이제 학교 담장 밖에서도 이루어진다. 그리고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학습이 교실에서 교과서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적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아이들의 욕구와 배움의 질을 개선하기 어렵다. 담장 안 학교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가두어서는 안 된다. 배움의 장이 마을 전체. 지역사회 전체가 되어야 한다. 마을에서 배우는 교육은 농촌과 마을이 붕괴되기 전까지 이미 있었지만 의무교육이 시작된 이래로 학교교육이 교육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입시교육이 치열해지면서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으로 학원이 그 주도권을 나누었다. 여전히 그 역할이 남아있지만 그 역할만으로 미래교육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다시 지역교육이 화두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 밖 세상에서 사건을 만나고 사회와 사람을 만나며 배운다. 마을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지식과 정보를 만나며 선생님을 만난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가정이 포함된 마을에서, 가게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접촉면이 넓어졌다. 어쩌면 전통적 마을공동체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전주교육장 재직시절에 내건 슬로건이 ‘전주시 모든 곳이 우리 아이들의 교실입니다. 전주시민 모두가 우리아이들의 교사입니다’였던 까닭이기도하다.

 

학교와 마을이 손잡으면 지식교육을 넘어 지혜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마을의 참여와 온기로 인성교육을 포함한 생활교육이 가능해진다. 여러 아이가 서로 관계하며 배운다. 넓어지고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상상력을 얻는다. 교사만이 아닌 모든 어른들이 한 아이를 살필 수 있다. 학교교육과정은 마을교육과정을 통해 크고 넓고 깊게 변화 발전한다.

 

예측 불가한 미래는 없다 우리가 기획하고 상상하는 만큼의 미래가 올 뿐이다. 미래교육은 교육과정을 어떻게 확장하고 재구성 하는가이며 그것은 교육공간을 어떻게 확장하고 재구성하는가와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