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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종 바이러스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

전염병 출현과 확산 크게 늘 것
지난 50년 동안 생명체 68% 줄어
백신으로도 결코 해결할 수 없어

[완주신문]지난해는 우리를 일깨우는 큰 사건들로 시작되었습니다. 연초에는 전년부터 다섯달동안 계속된 호주의 산불이 우리를 놀라게 하였지요. 우리나라 면적보다 넓은 11만㎢의 면적을 태운 이 산불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였고, 야생동물들도 10억마리 이상 희생되었습니다. 호주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하였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류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고 마비시켰습니다.

 

지난 호주 산불과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호주는 여름철 기온이 높고 건조하여 산불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도양의 쌍극화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더 더워지고 건조해져서 산불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폭염과 가뭄으로 산불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지요. 지난 호주 산불로 다섯달동안 4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호주의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훌쩍 넘어선 수치입니다. 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 발생으로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 산불은 더욱 극심하게 발생할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는 이번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과 인간 감염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감염증의 증가와 독성이 강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야생동물들이 빙하의 해빙, 대형 산불, 홍수, 가뭄 등으로 서식지를 잃고 있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감염에 더 취약해진 상태에서 인간과 더 가깝게 접촉하고 있는 것이지요.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전염병의 출현과 확산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과 모기 등이 매개가 되는 바이러스나 세균만이 아니라, 빙하와 동토에 묻혀있던 바이러스와 세균도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시베리아 지역에서 순록 탄저병이 돌았는데, 이는 수십년전에 탄저병으로 죽은 순록의 사체가 지구온난화로 해동되면서 노출된 탄저균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탄저병에 걸린 순록의 고기를 통해 탄저균은 사람에게 전염되었지요. 뎅기열,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에 감염시킬 수 있는 모기들도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는 북쪽으로 서식범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감염병리학 전문가들조차 기후 변화로 인해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인간에게 새로운 병원체가 등장하고, 기존의 병원체들의 변이가 빨라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말 기준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억1605만2천명이며 사망자도 449만6천명이나 됩니다. 몇나라에서 긴급 승인된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으나 백신 생산과 유통, 비용의 문제로 집단 면역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내후년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때까지는 경제를 비롯해서 의료, 교육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가 극심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속도가 이산화탄소를 동화, 흡수하는 지구의 속도보다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일어난 참사입니다. 인간의 경제 활동 속도, 특히 생산과 소비의 속도는 지구의 느긋한 속도에 비해 너무나 빠르고,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인간 활동의 속도가 지구의 속도를 압박하면서 지구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는 최근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 2020>에서 지구의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의 개체수가 지난 50년 동안 68%가 줄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전례없을 정도의 규모로 자연이 파괴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몫보다 너무나 많이 소유하고 사용하고 폐기해왔습니다. 이런 방식의 경제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으며 되돌릴 수 없는 생태계 파괴와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을 지낸 마거릿 챈 박사는 “기후는 전염병의 지리적 분포를 규정하고, 날씨는 그 심각도를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지구온난화가 촉발하는 질병들은 점점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며, 전염병 확산은 대규모 기상재해의 피해보다 더 엄청난 피해를 일으킵니다.  코로나19 감염증 대확산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보고에 따르면, 12월 13~19일까지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주간 평균치는 413.39ppm입니다. 코로나19 감염증 대확산으로 인한 경제 봉쇄 상황에도 불구하고 작년 같은 기간의 평균치보다 2.18ppm나 증가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450ppm이 되는 시기가 그리 멀지 않습니다. 450ppm은 기후변화의 임계점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그 이상 증가하게 되면 지구의 폭발적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되는 지점입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합니다. 

 

코로나19의 마지막 희망은 백신에 있는 듯하지만, 백신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한 감염증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구 자원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전 인류의 20%에 해당하는 우리는 소비의 해독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은 절대로 나아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