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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미약한 확신과 무오류성의 질서

[완주신문]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윤리심판원을 열고 당헌에 따라 완주군의회 의원 둘을 제명하기로 했다. 단합과 결속을 위해 내부그룹을 형성하고, 조직 구성원들의 사고와 이념을 일체화하는 것은 현대 정치판에서 흔한 일이다.

 

“우리에게는 삶을 이어나갈 정도의 미약한 확신만 존재할 뿐이다.”

 

이는 19세기 영국의 정치 철학자 존스튜어트밀의 금언으로, 무오류성의 위험을 지적하는 말이다.

 

그는 민주주의 핵심에 ‘표현의 자유’를 두었다. 다양한 가치가 상존하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주장을 철회시킬만한 절대적 확실성을 보증하는 하나의 신념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 당헌 84조는 이에 반대하는 두 의원의 정치적 신념보다 더 우월한 것은 아니다. 당헌에는 정당을 운영하는데 좀 더 효율적일 수 있는 ‘약한 확신’만 있을 뿐, 그것이 무오류성을 담보하는 절대적 진리가 아님을 인식해야한다. 이 원리를 놓친다면 표현의 자유는 박탈당하고, 참된 민주주의는 실현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표방한다. 이 지향점은 인류가 오랜 경험을 통해, 특정한 일인(一人)이나 일부 집단에게 독점적 정치권력을 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지 깨달은 결과물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특성상 이 원리를 온전히 이행하기는 어렵다. 

 

이를 보완한 것이 ‘대의민주제’다.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국민을 대표할 정치 전문가를 뽑고, 그들에게 국민의 권리를 대행시킨 것이 우리가 채택한 대의민주제다. 시대 흐름에 따른 체제 변화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이념에는 불변하는 가치가 있다. 공익을 훼손하지 않는 한, 어떤 상황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에는 자신의 신념에 따른 정당 선택과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밝힐 수 있는 권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요컨대 정치 집단 내에서 특정 이론이 주류를 형성하더라도, 그것이 무오류성을 담보하는 절대적 옮음은 아니다. 그러니 누구라도 그 주장에 반대를 표하거나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정치권력들은 종종 이 진리를 잊는다. 그 결과 특정 의원이 자당의 획일화된 방침에 다른 의견을 제시할 경우 치명적인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밀이 보기에 이것은 독재다. 그에 따르면 어떤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한 후,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모든 인류를 침묵시키는 행위가 부당하듯, 전 인류가 그들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단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행위 또한 부당하다. 그래야 민주주의다. 이렇다면 민주당은 당원 대부분이 당헌 84조를 수용한다 할지라도, 일부 당원이 이와 다른 입장 표현을 한다고 해서 이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 제명당한 두 의원은 당의 획일화된 방침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자기 소신에 따라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이것 자체는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너무나 당연하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 표출을 통해 권력이 공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게다가 지역의원들은 지역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대표할 존재로 뽑혔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들을 선출한 측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자신들이 정한 ‘타당과 비정상적인 야합 행위’라는 당칙을 근거로 유권자의 손발을 마음대로 자르려고 한다. 이 당칙은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여러 주체들의 의견과 갖은 갈등을 토대로 정치를 조직하고 운영한다. 이렇다면 민주당 내부에서 다른 의견이 제시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또 당적은 다르지만 자당에서 공천한 후보보다 정의로운 정치 신념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의 정치 활동을 도울 수도, 협동할 수도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든 그 밖에 다른 당이든 정치인의 최종 목적은 당의 발전이 아니라 유권자의 권리를 살피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목적이 우선될 때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