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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동안 계속되는 이서면 헬기소음 피해

일부주민 정신과 치료…생업까지 타격
녹색연합, 4년전 기준치 초과 조사 발표
수차례 대화로도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완주신문]이서면 헬기소음 문제가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주시 에코시티 개발로 항공부대가 전주시 덕진구 도도동으로 지난해 1월 이전을 하며 주민 피해가 시작됐다. 주민들 항의가 거세지자 완주군 행정이 직접 나서 국방부・전주시와 협의 및 항의를 수차례 했지만 아직까지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여전히 주민들은 헬기소음에 시달리고 동물들까지 헬기가 지날 때 조급하게 땅을 파 스스로 머리는 묻는 등 이상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관련사안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 동상이몽 완주・전주
지난달 말 전주항공대대 소음피해에 따른 완주군민 민원이 장기화되자 박성일 완주군수가 김승수 전주시장을 직접 만났다.

 

두 지자체장은 같은 사안을 두고 같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전주시에서는 협의안을 도출했다하고, 완주군에서는 현실적인 대책이 없다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

 

먼저 전주시는 이번 회동을 통해 양 자치단체장이 직접 해결에 나서면서 주민 설득과 이에 따른 보상협의 돌입, 주민의견을 고려한 보상방식 다각화 등의 성과가 나왔다는 것.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전주시 입장만 들어 “전주시는 전주항공대대에서 축소된 장주노선(이륙과 착륙)을 유지하는 대신 이에 따라 소음피해를 입게 된 마을주민들과 보상 방식을 현재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완주군은 이에 즉각 반박자료를 배포했다. 요지는 “이주대책을 포함해서 주민들의 뜻에 따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는 것.

 

특히 이날 회동에 대해 이서면 주민들은 “양 단체장 회담 이후에도 전주시는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전주시의 해결방안 제시가 계속 지연될 경우 단체활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 김승수 전주시장이 “장주노선이 결정된 만큼 마을주민들을 위한 소음피해 대책을 조속히 강구하겠다”고 밝힌 것이 주민들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 3천여명 거주 10개 마을 피해
전주시가 에코시티를 개발하며 35사단과 전주 항공부대가 이전하게 된다. 함께 있던 35사단은 임실로, 전주 항공대대는 전주시 덕진구 도도동 152 일원으로 옮기게 된다.

 

항공부대 이전 사업시행자는 전주시, 승인기관은 국방부로 지난 2015년 4월부터 2018년 8월까지 1300억원을 들여 시설을 구축하고 지난해 1월 이전을 완료했다. 이후 지난해 3월부터 이서면 상공을 운항하며, 주민들의 소음피해와 심리적 고통이 시작됐다.

 

완주군에 따르면 비행높이는 200~300m이며, 비행 횟수는 오전·오후·야간 총 6시간으로 하루 평균 15회~20회 비행한다.

 

피해마을은 이서면 10개 마을로 3천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 수년전부터 예고된 소음 피해
“골이 흔들린다”, “온몸이 마비되는 것처럼 굳는다”, “개나 닭 등 가축들이 땅을 파며 머리는 파묻는다” 등 피해마을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김영호 헬기노선반대대책위원장은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초기에 5분 간격으로 밤 9시까지 헬기가 날아다녔다”며, “심지어 양어장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로 밥을 먹지 않아 죽고 일부 주민들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6년 전북녹색연합은 전주 항공부대 주변 헬기 소음이 최고 92.0데시벨(㏈)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기준치 50㏈ 넘어서는 것으로 부대 이전 시 환경갈등 및 피해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녹색연합에 따르면 헬기 이륙 항로에서 한국형 기동헬기인 ‘KUH 기종’은 소음도가 80.4~82.9데시벨을 기록했고, ‘500MD 기종’은 74.4~78.8데시벨을 기록해 이륙 평균 소음도는 80.0데시벨이었다. 착륙 항로에서는 KUH 기종의 소음도가 83.0~92.0데시벨을 보이는 등 착륙 평균 소음도는 85.8데시벨을 나타냈다. 또 장주비행 항로로부터 300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측정한 소음도에서 KUH 기종은 76.5데시벨, 500MD 기종은 64.5데시벨을 기록해 주변의 생활 및 교통 소음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관련법상 농림지역, 주거지역, 학교 등에는 주간 50데시벨, 야간 40데시벨을 소음 기준으로 제한다.

 

아울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는 확성기 소음이 75데시벨을 초과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처럼 항공부대 이전 시 주민들 피해는 수년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 일곱번 대규모 궐기대회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시골마을에 굉음이 진동하자 주민들은 처음에 놀랐고, 놀람은 분노로 바뀌었다.

 

특히 이서면 주민들은 항공부대 이전 시 주민들과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것에 분개하고 있다.

 

이러한 분노는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완주군, 전주시, 국방부, 국회, 청와대까지 주민들이 찾아갔다. 지난해 5월부터 권기대회만 일곱차례, 지난해 8월 국회 국방위원장과 간담회까지 개최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작전사령관과 면담, 항공부대 대응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가 이뤄졌다.

 

올해는 지난 2월 완주군 소음민원 추진경과가 장관에게 보고되고, 장주노선 절충안 시험운행 및 유관기관 간담회가 네번 열렸다.

 

지난 5월 장주노선 축소안 검토결과가 보고되고 이를 통보했다. 이어 지난달 4일 주민반대대책위, 완주군, 국방부, 전주시가 노선 절충에 대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방부에서 제시한 새로운 장주노선은 신기마을 주민들의 소음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국방부는 각종 여건들을 고려했을 때 신기마을을 관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신기마을에 대한 민원은 전주시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완주만 빼고 이전 협의
항공부대가 전주시 도도동으로 이전하며 인접 타지역 주민들이 소음피해 영향권에 놓였다. 도도동은 전주시 서측 외곽으로 김제, 익산, 완주가 직접 영향권이다. 김제와 익산 주민들은 당시 이 사실을 알고 비상대책위를 꾸려 전주시와 항공대대 등을 상대로 강력한 민원을 제기했고, 전주시와 국방부는 이들에게 마을 공동지원사업 명목으로 보상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완주군은 항공부대 이전에 대해 몰랐고 이 때문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행정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현재 헬기노선은 이서면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그런데 완주군과 협의만 빠트린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김영호 위원장은 “이서면이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돼 그에 대한 저항이 강했을 것이고, 그럴 경우 항공부대 이전이 성사될 수 없었기 때문에 전주시에서 완주군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전주시는 이에 대해 “(항공부대) 이전계획수립시 환경영향평가상 전주시로 이전을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타지자체와 협의의무는 없었다”며, “단지 김제와 익산은 먼저 비대위를 구성해 협의를 요청해 그에 응했고 완주는 그렇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각 지자체와 주민들의 주장을 종합해본 결과 당시 김제와 익산 비대위가 완주에도 함께 참여하자고 요청했으나 완주에서는 피해를 예상하지 못해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지자체 간 문서로 관련 내용이 전달되거나 협의를 요청한 적이 없어 전주시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인근 축사와 퇴비공장 악취에 시달리던 이서면은 소음피해까지 더해지며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혁신도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A(51)씨는 “안 그래도 냄새로 인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판에 헬기가 시도 때도 없이 혁신도시를 지나다닌다면 사람들은 혁신도시를 기피할 것이 눈에 선하다”면서 “혁신도시 조성 5년차인 지금 아직도 활성화가 되지 않아 빈상가가 즐비한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가 지속된다면 누가 혁신도시를 찾고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걱정했다.

 

아울러 그는 “완주군은 ‘전주시에서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하고 전주시와 항공부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 해결위해 남은 숙제들
완주군 사회단체들은 지난해 9월 완주군청 어울림광장에서 ‘전주항공부대의 완주군 일방적 항공기 운항에 따른 반대대책위 기금 마련 바자회’를 개최했다. 이날 바자회는 먹거리장터와 농특산물 판매, 프리마켓 운영, 재능기부 공연 등으로 진행됐으며 음식과 농산물 판매 등에 군민 2000여명이 참여했다. 이렇게 마련된 기금은 집회, 천막농성 등에 사용됐다. 이처럼 민관이 협력해 한목소리 헬기소음 해결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1년이상 지속된 이런 활동에도 바뀐 것은 아직 없다.

 

대책위 관계자는 최근 “국방부와 합의문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가는 상황에서 국방부 실무진이 교체되는 바람에 원점으로 돌아왔다”며, “주민들이 지쳐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위장소도 논란이다. 비대위 안에서도 현재 항공대대 앞에서 하는 농성 장소를 전주시청 앞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전주시에 요구하는 보상 문제를 두고 입장차가 좁혀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많은 소음피해를 보는 신기마을 주민들은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타지역과 형평성 문제를 비롯해 법적 강제사항이 아닌데 무리한 요구라는 것.

 

이러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헬기소음 문제는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