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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토피아’는 어디에…커져만 가는 귀농귀촌 갈등

이웃간 다툼부터 마을 전체 분란까지 사례 다양해져
귀농·귀촌 피하고 싶은 이유 “주민 갈등 겪기 싫어”
농촌마을공동체 참여 제도화로 귀농귀촌 적응 필요

[완주신문]완주군은 귀농귀촌 1번지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귀농귀촌 마을 우수사례가 수차례 수상한 것은 물론 2018년도에는 도시민 농촌유치 우수 자치단체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완주군은 인구 고령화와 농촌 마을의 과소화로 인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농촌사회의 붕괴를 귀농귀촌을 통해 지역 소멸을 늦추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하지만 귀농귀촌의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이에 따른 갈등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생활방식과 문화적 차이로 원주민과 귀농귀촌인 간의 갈등은 심지어 민형사소송까지 빈번히 확대되고 있다.

이에 현재 완주군에서 발생하고 있는 원주민과 귀농귀촌인 사이의 갈등사례를 살펴보고, 이들 사이에 나타난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1. 감나무가 저지른 악행 
이서면으로 귀농한 A씨. A씨와 이웃인 원주민 B씨는 집에는 큼직한 감나무 한그루가 있다. 이 감나무는 B씨의 집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감나무의 가지는 A씨의 집으로 더 뻗어 있다.

 

이사 온 지 첫해. 풍성한 감이 익자 A씨는 B씨의 양해를 얻어 감을 수확했다. 이듬해가 되자 B씨는 A씨에게 감을 먹었으니 이제부터 감나무에 줄 비료 비용을 내라는 전화를 받았다. A씨는 B씨의 일방적 통보에 ‘기가 막힌다’며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그 후 A씨는 감이 익어도 따지 않았으며, A씨의 집으로 떨어진 감이 되레 골칫거리로 변했다. A씨는 감나무를 잘라 줄 것을 요청했지만, B씨는 묵묵부답으로 응했다. 이들간의 상황이 이렇자 두 사람 간 고성이 자주 오가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이 같은 갈등은 진행형이다. 
 
#2. 분단국가의 축소판인 한 마을
용진읍의 한 마을.

 

지난 10년전 귀농귀촌인이 이 마을에 들어온 후 원주민들과 합심해 마을가꾸기에 나섰고, 이 마을은 다양한 완주군 지원사업을 받아내며, 지금도 수많은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을 경관도 좋아져 전원마을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주변 인근 도시에서 이 마을로 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도 늘었다. 

 

실제 이 마을에는 전주에 살던 A교수, B회계사, C회사대표 등이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전원주택으로 집을 설계하고, 정원도 화려하고, 편의와 안전을 위한 첨단시스템도 도입해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귀촌인은 마을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아 사실상 마을공동체와는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 마을 이장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으신 분들이 들어오면 마을이 더 풍요로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이제는 귀촌을 문의하는 ‘○○사’분들과의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또 귀촌인 전원주택은 마을 경관과 이질적인 형태로, 높은 담벼락까지 설치해 작은 소하천을 사이로 이질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3.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전쟁터
경천면에서는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전쟁터같은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현재 70여 가구 100여명이 살고 있으며, 귀농귀촌인이 10년새 마을 전체인구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이 마을에 귀농귀촌인의 참여가 커지면서 온갖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마을공금 사용문제, 환경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놓고 마을회의가 열렸지만 주민들을 갈라놓는 결과를 초래했다. 상황이 이렇자 고소·고발까지 진행되고 이제는 서로간 흠집내기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그야말로 전쟁터같은 마을이다.

 

최근엔 마을 위에 있는 절까지 환경오염문제에 휩싸이면서 주민들간의 분쟁은 더욱 커진 상태다.
 
○ 모두에게 디스토피아 되어가는 농촌
완주군은 ‘농토피아’ 실현을 위해 힘차게 달려왔다. 

 

농토피아는 농촌의 미래상을 구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담은 표현으로 농촌 유토피아의 줄임말이다.  

 

하지만 도시민들의 생각은 농토피아에서 농촌 디스토피아로 흐르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디스토피아는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단화돼 초래되는 암울한 미래상으로 유토피아와 반대되는 말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9년 농업 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살펴보면 지난해 귀농 귀촌에 관심이 있는 도시민은 34.6%로 집계돼 2006년 71.3%, 2015년 47.0%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들에게 은퇴 후 귀농귀촌에 대한 의향을 물은 결과 62.1%가 계획 없음에 답했으며, 그 이유로 △농가 소득부족(29.1%) △농업노동 적응 어려움(28.8%) △지역토박이 주민들과의 갈등(18.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귀농귀촌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 상당수가 원주민과의 갈등문제를 겪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상위에 올라온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이같은 상황은 원주민 입장에서도 비슷하다.

 

귀농귀촌인에 대한 원주민들의 입장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엇갈리고 있다. 

 

긍정 측면에서는 마을의 인구와 활력 유지에 대해 55.4%가 응답했지만 자기주장을 너무 내세워 기존 주민과 갈등을 일으킨다는 부정적인 대답도 26.5%에 달했다.

 

또 21. 6%는 기존 주민과 격리된 생활로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답했으며, 귀농귀촌인의 불필요한 민원이 늘고 있다는 응답도 21.3%로 뒤이었다.

 

이처럼 귀농귀촌을 해야 하는 입장인 도시민측에서도 귀농 귀촌인을 받아들여야 하는 원주민측에서도 갈등사례에 대해 동병상련을 앓고 있다. 

 

○ 귀농귀촌인 갈등 해소 해법은 없나
귀농귀촌이 활성화하면서 완주군 내에서도 마을 귀농귀촌 인구가 원주민 못지않게 많아지고 있다. 최근엔 귀농귀촌인이 이장 자리를 맡는 마을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다.

 

귀농귀촌인의 경우 갈등은 주로 경제적 문제와 문화적 차이 탓에 생겨난다.

 

구체적인 파생 문제로 △생활방식에 대한 이해충돌 △원주민들의 텃세 △마을 대소사 공동참여문제 △토지 갈등 등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완주군은 귀농귀촌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고,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원주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갈등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접근으로 보기는 역부족이다.

 

실제 귀농귀촌인과 원주민 갈등해결에 나서는 중간지원조직 활동가의 경우 쌍방간 감정 격화로 인해 소통 자체가 불가능하며 해결의 실마리 찾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귀농귀촌인에 대한 교육 강화와 마을 활력을 위한 지속화 프로그램을 시스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농촌경제원의 연구진은 갈등 해소에 대한 시스템화를 위한 정책적 과제가 수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내용은 농촌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귀농귀촌인이 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귀농귀촌인은 물론 원주민을 대상으로 농업과 공동체의 가치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사회문제 등에 대해 함께 소통하는 구조로 제도가 강제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주하려는 농촌마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가져올 갈등관계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귀농귀촌 단계별 지원사업의 개선방안에서도 먼저, 준비단계에서 귀농귀촌 의식교육 강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귀농귀촌자에 대한 정보공급 체계구축이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착단계에서는 귀농귀촌지역의 맞춤형 교육 컨설팅체계 강화, 농지, 주택 등 영농 생활기반 확보를 위한 지원 강화, 6차 산업형 마을법인을 통한 일자리 창출, 민간주도형 공공서비스 사업 개발, 지역주민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을 들었다.

 

완주군 마을 내 활동을 돕고 있는 A광역사무장은 “귀농귀촌인 지원사업 상당수가 농업 기술교육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살아온 환경이 다른 사람들간 마을 내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귀농귀촌이 올바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농촌마을 사회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 이뤄질 수 있는 사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