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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아파트가 1억2000만원...3년간 계속되는 추락

현대차 등 산단 침체로 시작
경기회복 가능성 안보여 암울
혁신도시 외 신축으로 착시효과

[완주신문]완주군 아파트 가격이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심지어 지은 지 12년된 84㎡ 아파트가 1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왔으며, 최근에는 이보다 낮게 거래되기도 했다.

 

봉동읍 둔산리 렉시안아파트 이야기다. 둔산리에는 총 6개 단지 3700세대의 아파트가 있다. 완주군에서는 가장 인구밀집도가 높은 거주지역이다. 타 단지도 마찬가지다. 약간씩 준공시기와 크기 차이가 있지만 비싸야 1억5천만원 아래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코아루1차로 지난 2005년 4월 준공됐다. 특히 코아루1차 59㎡는 1억원 아래로 거래되고 있다.

 

라송센트럴카운티, 코아루2차, 벽산e-솔렌스힐이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모두 1억5천만원대에서 거래된다. 이중 코아루2차는 2006년 5월 준공됐지만 발코니가 많아 중년이상 세대들이 선호해 가격방어가 잘되는 편이다. 반면 2009년에 지어진 라송센트럴카운티나 2012년에 준공된 벽산e-솔렌스힐은 준공시기를 감안할 경우 가격 하락폭이 크다. 두 아파트 모두 3년전 1억8000만원대에서 거래됐다.

 

지역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둔산리 아파트들은 평균적으로 3~4천만원씩 하락했으며, 매수세가 실종돼 향후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 주원인 산업단지 불황 여파
둔산리 아파트 가격 하락의 주원인으로는 주변 산업단지 불황이 꼽힌다.

 

특히 완주산업단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자동차의 생산량 감소는 자체 생산인력 축소와 협력업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인구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올초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995년 생산이후 가동률이 40%대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당시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6만4천여대에 달했던 상용차 판매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으며 지난해 40%나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해 생산량은 버스와 트럭을 합쳐 4만5천대에 그쳐 전년 대비 5%이상 감소했다. 올해에는 4만2천대 수준으로 생산량이 더 감축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2017년에는 직원 300명을 타지역 공장으로 전환배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영향이 인근 아파트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민들에 따르면 2016년까지는 산단 활성화로 인구유입이 지속됐다. 하지만 2017년부터 현대차를 필두로 산단 불황이 시작되고, 정권이 바뀐 뒤 고용정책 변화로 이곳 기업들이 채용을 기피하는 등 악재가 겹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인근 에코시티 입주로 이곳 주민들이 대거 이동하며 아파트 가격뿐만 아니라 인근 상권까지 타격을 입었다.

 

■ 침체 벗어날 가능성 적어
현재 이곳 아파트들은 가격하락뿐만 아니라 거래도 거의 없다.

 

특히 산단에 근무하는 이들 위해 조성된 지역이라서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역소멸까지 우려된다는 것.

 

이에 주민들은 현재 완주군에서 진행 중인 테크노산단 개발 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한 주민은 “기존에 만들어 놓은 산단에도 경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빈공장이 많은데, 새로운 산단 개발만 하면 뭐하냐”며, “지자체든 정치권에서 나서 기업 유치 등으로 산단을 살려야 이곳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만 해도 정치권의 노력으로 새로운 생산라인을 만드는 등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너무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조도 지난 1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공장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트럭 공장의 지속된 위기는 조합원 생활임금은 고사하고 심각한 고용불안에 내몰리고 있다”며, “지역 정치권과 관계 기관이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런 이유로 완주군과 정치권은 수소경제 등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그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까지 감안하면 암울한 상황이다.

 

 

■ 혁시도시 외 모든 지역 하락
완주군 아파트 가격 하락은 둔산리 외에도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KB부동산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완주군 아파트 ㎡당 매매평균가는 131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이서와 삼례를 제외한 모든 읍면 아파트 가격이 3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게다가 이서와 삼례 아파트도 가격이 상승한 것 같지만 이는 신축 아파트로 인한 착시효과다.

 

이서는 지난해 에코르1단지의 임대기간 종료로 분양되며 주변시세를 따라 3억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통계상 해당지역 매매가가 오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구축 아파트들은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삼례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2억3500만원으로 분양한 이지움더퍼스트 준공으로 평균시세가 올랐을 뿐 기존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다.

 

■ 부동산 규제 정책 영향
이런 현상은 에코시티, 혁신도시, 효천지구를 제외하고는 전북도 전체가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이 세지역도 정부의 수도권 부동산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반짝 오른 거라는 평가다.

 

지난달 14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전북지역 아파트 가격 동향보고에 따르면 지난해말 정부의 12.16 부동산 규제 정책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던 전북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돼 전주보다 -0.01% 변동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북은 신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이는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피해 전북지역으로 부동산 투기자금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수도권에 비해 전북은 부동산 규제가 심하지 않고 10여년 전만해도 광주, 대전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낮은 가격이 메리트로 작용해 키 맞추기가 이뤄졌다는 것.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서울 등 타지역 사람들이 혁신도시나 에코시티 등 신규 아파트를 보지도 않고 매물만 나오면 쓸어 담듯 사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 구도심의 구축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하락이 지속되고 있었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북지역 아파트는 지난 2010년 11.05%, 2011년 18.31% 상승한 이후 혼조세를 거듭하다 지난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년대비 -3.50%의 역대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다주택 규제로 소위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몰리며, 서울 등 수도권은 오르고 지방은 떨어지는 현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전북지역 사람들 중에도 이곳 부동산을 처분해 서울 등 수도권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 실거주자 내집마련 기회
이렇듯 부동산 시장 상황과 지역경제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완주군 아파트 가격 추세가 반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실거주를 목적으로 내집 마련을 하려는 이들에게는 입지와 가격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한 공인중개사는 “둔산리의 경우 학교와 상권이 인접해 생활의 편리성을 따져보면 이 만한 아파트는 전국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며, “실거주를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이때가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완주는 전주와 같은 생활권으로 보다 저렴하고 여유로운 주거공간을 생각하면 괜찮은 곳”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