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잿더미 위에 다시 피어날 희망

  • 등록 2025.04.03 08: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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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신문]2025년 봄, 경상도의 산과 들은 초록의 계절을 맞이하기도 전에 검은 재로 뒤덮였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을 타고 번진 대형 산불은 순식간에 마을과 산림을 집어삼켰고 수많은 이재민을 거리로 내몰았다.

 

소방대원들의 사투와 주민들의 긴박한 대피 속에서도, 불길은 삶의 터전과 공동체의 기억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무너진 것은 지붕과 벽돌만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일궈온 일상과 평온, 그리고 서로를 지탱하던 관계들까지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비극 앞에서 익숙한 또 다른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함께’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연대와 회복의 움직임이다.

 

재난은 언제나 인간의 본질을 시험하지만 그 속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사람의 따뜻함이고 나눔의 실천이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손길로 곁에 다가가는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토록 반복되는 위기 속에서도 절망 대신 희망을 말할 수 있다.

 

이번 산불 피해 현장에도 그런 따뜻한 발걸음이 있었다. 완주군 자원봉사센터는 화마가 지나간 현장에 '사랑의 밥차'를 긴급 투입했다.

 

2박 3일 동안 이어진 봉사활동은 단순한 급식 지원을 넘어선, 위로와 회복의 시간이었다. 밥차는 하루 세끼, 정성껏 지은 따뜻한 식사를 피해 주민들과 구조 인력들에게 제공하며, 텅 빈 식탁에 온기를 채워 넣었다. 뜨거운 국물 한 그릇, 갓 지은 밥 한 공기는 잃어버린 일상을 잠시나마 되찾게 해주는 작은 희망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궂은 날씨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한 숟가락마다, 한 접시마다 담긴 그들의 진심은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었고, 이재민들 또한 “우리가 잊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고맙다”는 말로 응답했다.

 

완주군 자원봉사센터의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한 지역의 도움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가 보여준 연대의 상징이자, 위기 속에서 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귀한 사례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손길들이 피해 지역 곳곳을 누비며 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은 물론이고, 기업과 시민단체, 그리고 개인들의 자발적 나눔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의 존재는, 우리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당신의 아픔은 나의 아픔”이라며 기꺼이 손을 내미는 이들의 모습은, 재난이 만들어낸 가장 숭고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재난은 우리에게 고통을 남기지만, 동시에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든다. 더불어 산다는 것,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것, 잃어버린 것을 함께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그것이 우리가 오늘을 견디는 방식이자, 내일을 준비하는 희망의 언어다.

 

우리는 결코 이 아픔을 혼자 견디지 않는다. 검게 타버린 들판 위에 피어날 새순처럼, 이 땅에는 여전히 따뜻한 마음들이 자라고 있다.

 

완주군 자원봉사센터를 비롯해 수많은 이들의 손길이 모여 다시금 그곳에 삶을 피워낼 것이다. 우리는 또 한번 그렇게 함께 이겨낼 것이다.

오상영 삼례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dosa209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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